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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5일 금요일

[아이폰5] 아이폰5 실망? 써보니 줄 서서 살 만하다


▲  아이폰 5(왼쪽)와 아이폰 4(오른쪽)를 비교한 모습. 폭은 그대로에 길이만 길어졌다.

놀랍다. 이토록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새 아이폰 이야기가 아니다. 애플의 신제품을 대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태도 말이다. 제품이 공개되면 예외 없이 '실망스럽네,' '혁신이 부족하네' 어쩌다가 대중들이 제품에 환호하면 슬그머니 입을 닫고 열기 속에 가담하곤 했다. 애플이 매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일어났던 일이다. 아이폰 5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이 아이폰 5를 선보인 후 가장 많이 받은 평가가 있다. '바뀐 게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일까? 아이폰 5를 본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바뀌지 않은 게 별로 없다.' 화면비율, 케이스 재료, 색, 두께, 마이크, 스피커, 연결단자, 이어폰 디자인, 그리고 이어폰잭 위치까지. 심지어 같은 자리에 있던 버튼과 나사 모양까지도 바꿨다.

하지만 아이폰 5를 며칠 써 보면, 외적인 변화보다 훨씬 큰 내적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빨라진 속도, 늘어난 전지수명, 음질을 개선한 스피커와 이어폰, 더 쓰기 쉬워진 음성비서 '시리'. 나는 새 아이폰을 사흘간 쓰면서 느낀 점을 누구의 (특히 광고주) 눈치도 보지 않고 가감없이 말하려고 한다. 그게 소비자는 물론 국내 업체에게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뒤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새 아이폰에 아쉽거나 개선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점을 고려해서 판단해도 이렇게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아이폰 5는 평생 만져 본 중 가장 아름다운 기계이며, 손에 쥐어 본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이라고 말이다.

아이폰 5는 라이벌 회사들에게 악몽 같은 제품이 될 것이다. 특허 소송으로 경쟁자들이 멈칫 거리는 상황에서 아이폰 5는 애플과 후발주자들의 거리를 더 벌려 놓을 것이다. 애플과 가장 가까이 경쟁하는 삼성과 엘지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  아이폰 5(위)와 아이폰 4(아래)의 하단부를 비교한 사진. 마이크와 스피커 모양도 단순화 됐으며, 연결단자도 작고 앞뒤 구분 없이 꽂을 수 있게 바뀌었다. 이어폰잭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한 것을 볼 수 있다.



아이폰 5에 혁신이 부족하다고?

새 아이폰이 공개됐을 때,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 물론 이 실망감을 부추긴 것은 뜬소문으로 한껏 부풀려진 기대감이었다. 제품 출시 전 소문을 보면, (아이폰4S 시절부터 떠돌던) '투명 아이폰,' '휘어지는 액정', 벽에 대형 화면을 쏘아주는 '전화 영사기', '레이저가 바닥에 쏘아주는 '가상 키보드' 등이었다.

이런 소문이 토대가 된 '혁신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모순이 보인다. 애플의 경쟁력이 잡다한 기능을 덧붙인 '화려한 스펙'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들뜬 기대는 거의 모두 하드웨어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기대'라는 게, 신기하긴 할 망정 유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체 '투명 전화기'가 기능 혁신과 무슨 관련이 있으며, '엿가락처럼 휘는 전화기'가 어떤 상품가치가 있을까? 나는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을 때마다 멋대로 구부러져 꺼낼 때마다 다시 펴고 싶지도 않고, 케이스가 '헬로 키티' 손목시계같은 고무재질로 만들어지길 바라지도 않는다. '전화 영사기'는 삼성이 이미 제품화했지만, 그리 주목 받지 못했다. 기술이 놀랍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전화기가 빛을 쏘아 책상 위에 대형 '가상 키보드'를 그려 준다는 생각도 그렇다. 그게 가능해도, 글자 입력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 위의 '가상 키보드'만큼 불편할 수밖에 없다. 편편한 유리판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편편한 책상을 두드릴 뿐이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아이패드를 사지 않는 이유며, 글을 쓸 일이 있을 때 전화기 대신 노트북을 꺼내드는 이유다.

머릿속이 이런 허황된 생각으로 가득한 '전문가'들이 애플 신제품마다 '혁신 부족'을 말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애플이 공상과학 영화 소품이 아니라 대중용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점이다. 일반 대중은 전화기에 극한의 꿈을 투사하지 않는다.

대중이 전화기를 사는 이유는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는 '정상적인 목적'을 위해서다. 여기에 가끔 음악 듣고, 사진 찍고, 멋진 디자인을 뽐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아이폰 5는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  아이폰 5(위)와 아이폰 4(아래)를 비교한 모습. 꺼진 화면조차 더 어둡게 처리되어 본체의 검은 색상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


단순한 디자인을 더 단순하게

'아이폰에 혁신이 없다'는 주장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지 않은 외형을 문제 삼는다. 나중에 디자인 소송 문제를 별도로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변하지 않은 디자인'을 불평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 애플이 디자인 특허로 생난리를 치는 것을 보고도 아이폰 외형을 쉽게 포기할 것 판단한단 말인가? 애플은 앞으로 꽤 오래 '옛 디자인'을 고수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디자인 특허 침해에 대해 계속 민감히 반응할 것이다.

특히 빠른 반응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과 엘지 등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삼성과의 소송으로 인한 감정때문에 삼성 부품을 홀대한다는 보도가 많지만, 더 큰 이유는 뛰어난 경쟁자에게 향후 제품에 대한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고 싶어서다. 다시 말해, 애플과 삼성의 관계가 좋아진다고 해도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핵심부품에 대한 삼성과 엘지 의존도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국내 업체가 기억해 둘 부분이다.



▲  화면이 꺼진 아이폰 5의 모습. 안 그래도 단순했던 디자인과 색상이 더 단순화됐다.


▲  뒷면의 상징과 로고도 검은 색으로 인쇄되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폰은 2007년 첫 아이폰을 공개한 이래 다섯 차례 새 모델을 내놓았지만, 단 한 번도 디자인의 기본 틀을 바꾸지 않았다. 특히 직선과 원, 두 가지로 된 전면 디자인은 더 개선할 수 없을만큼 완벽한 단순미를 보여준다. 타원이나 사선 하나 없는 공업디자인 관점에서 아이폰 전면은 사람 모양의 코카콜라 병이나 앞 뒤가 비슷한 폭스바겐 비틀처럼 상품의 정체성 자체가 되었다. 애플이 이 디자인을 포기하는 건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아이폰에서 계속 바뀌어 온 게 있다. 케이스 재료와 뒷면 디자인이다. 첫 아이폰은 유리 판에 금속 테두리, 플라스틱에 알루미늄을 연결한 곡면 뒷판으로 되어 있었다. 그후 변화는 모두 단순성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이폰 3GS에서 뒷판이 곡면 플라스틱 하나로 바뀌었다가, 아이폰 4에서는 플라스틱 뒷판을 없애고 전면과 비슷한 투명재료에 (앞유리와는 다른 재료다) 형태 역시 직선으로 단순화했다.

아이폰 5는 이미 단순화된 재료, 디자인, 색상을 극단으로 밀고 간다. 아이폰 4S의 경우, 어느 색을 고르든 최소한 세 가지 색을 볼 수 있었다. 흰 아이폰은 검은 색 화면이 있고, 검정 아이폰은 홈버튼에 선명한 흰색 사각형이 있었으며, 두 색 모두 금속 테두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폰 5는 훨씬 단순해, 검은 색 기계의 경우, 금속 테두리도 검고 홈버튼 위의 사각형도 검정에 가까운 회색이다.

심지어 꺼진 상태의 화면까지도 더 검게 만들어, 유리판 화면 둘레와도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귀가 닿는 스피커 철망까지도 검은 색을 썼다. 뒷판은 검은 색 알루미늄에 애플 상징과 로고가 검은 색으로 찍혀 있다. 무광 표면에 유광 페인트로 인쇄했기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그나마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검은 색으로 통일된 탓에, 화면을 끈 아이폰 5는 전화기가 아니라 매끄럽게 깎아놓은 검은 색 돌판처럼 보인다. 단순미의 극치다.


더 좋아진 화면과 소리

아이폰 5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화면이 길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폭은 그대로 둔 채 길이만 키운 탓에 손으로 잡을 때 커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두께가 얇아지고 무게는 크게 줄어든 탓에 손에 훨씬 잘 달라붙는다. 전화기를 놓칠 위험도 줄겠지만, 무엇보다 한 손으로 쥔 채 엄지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거나 스크롤할 수 있어서 좋다.

화면을 켜면 앱이 한 줄 더 들어갈만큼 길어진 화면이 드러난다. 길어진 화면은 여러 모로 반가운데, 무엇보다 비디오를 보기 좋다. 화면이 기존의 3대 2에서 고선명 텔레비전과 같은 16:9 비율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 아이폰으로 고선명 영상을 볼 때, 위 아래로 검은 띠가 보이고 그만큼 줄어든 화면을 봐야 했으나, 아이폰 5에서는 꽉 찬 화면을 볼 수 있다.


▲  아이폰 4와 아이폰 5 비디오 화면을 비교한 사진. 기존의 화면비율이 3:2였던 탓에, 세로로 긴 영상을 보면 위와 아래가 잘려 보이고, '꽉 찬 화면'으로 바꾸면 양 옆이 잘려 보였다. 아이폰 5는 길이를 늘림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세로로 긴 화면은 웹사이트나 앱을 쓸 때 화면에 표시되는 영역이 넓어 편하지만, 귀를 대고 통화할 때도 자연스럽다. 하단의 마이크와 스피커 입구도 금속 철망에서 단순한 원형 구멍으로 바뀌었다. 연결단자를 중심으로 왼쪽에 6개의 작은 구멍 두 줄이 있고, 오른 쪽에 여덟 개의 구멍 두 줄이 나 있는데, 왼쪽이 마이크고 오른 쪽이 스피커다. 바뀐 건 모양만이 아니다.

아이폰 5는 마이크가 세 개 있다. 화면 위 통화 스피커 부분, 아래 왼쪽, 그리고 카메라 뒷면 카메라 옆이다. 전화통화, 화상통화, 비디오 촬영을 염두해 설계된 듯한데, 소음 감소효과도 느낄 수 있었다. 소음이 심한 곳에서 통화할 때도 그렇고, '시리' 음성 명령을 내릴 때 작은 목소리에도 잘 반응했다. 연결단자 옆의 외부 스피커 출력도 커졌다. 그래봐야 작은 모노 스피커지만, 음량을 높여도 꽤 들을만한 소리가 난다.

음악 애호가가 가장 반길 소식은 이어폰이다. 모양부터 소리까지 심혈을 기울인 티가 역력하다. 새 이어폰은 '공짜'라고 믿기 어려울만한 소리를 내며, 특히 값싼 이어폰에서는 들을 수 없는 뛰어난 저음을 들려 준다. 그동안 애플 제품에 따라오는 흰 이어폰을 내던지고 값비싼 '얼티밋이어(UE)'나 '슈어' 등 고가 이어폰을 이용했던 사람조차도 새 번들 이어폰은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이전까지는 울림판(콘지)에 비닐 재질을 썼으나 새 이어폰에서는 종이를 사용했고, 외부 형태도 귓바퀴에 걸려 잘 빠지지 않게 설계했다.

이어폰 잭 위치를 위에서 아래로 옮긴 것은 현명한 결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머니에 넣고 음악을 들으려면 기계를 거꾸로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번들 이어폰에 붙은 리모콘을 쓰지 않는 한) 음량 버튼이 주머니 밑으로 들어가 조작하기 어렵다.



▲  아이폰 5에 포함된 신형 이어폰. 중저음이 크게 보강되었고, 귀에서 잘 빠지지 않게 설계됐다.



아쉬운 점과 한국언론에 주는 충고

후속 기사에서 자세히 살피겠지만, 아이폰 5가 줄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카메라다. 새로 추가된 '파노라마' 기능은 쓰기 쉬우면서도 탁월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준다. 비디오를 촬영하는 도중에 스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수 있게 한 '깜짝 선물'도 마음에 든다. '시리'는 다양한 추가 기능이 들어갔고, 재미로 가지고 놀기 좋지만, 제대로 '비서' 노릇을 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지도다. 입체지도는 건물 높이까지 정확히 표현하고 있고, 360도 돌려볼 수 도 있어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능은 아직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리 정보 자체가 부정확하고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 강박에 가까운 완벽주의 성향을 보여 온 애플이 '베타' 수준도 못 되는 서비스를 성급히 내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끝으로 한국 언론에 한 마디 하자. 모두가 알듯, 한국 전자업체는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 기업은 언론을 움직여 자신들을 '배려'하는 기사로 도배를 하게 만드는 동시에, 경쟁업체를 근거 없이 깎아내리게 한다. 일차적으로는 광고로 먹고 사는 언론이 눈치를 보기 때문이지만, 기자들의 전문성 결여와 나태한 태도도 큰 몫을 한다.

이렇게 생산된 정보는 일차적으로 소비자를 골탕 먹이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큰 폐해는 한국 업체에게 돌아간다. 혁신과 품질경쟁보다 '여론 관리'로 승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 특히 삼성이 현재 처한 위기는 언론의 탓이 크다. 제품 경쟁이나 소송 과정에서 일방적 편들기만 했을 뿐,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조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아이폰 조롱광고도 그렇다. 많은 한국 언론이 이를 '과감'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이라고 치켜 세우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광고다.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다. '우리 제품은 줄 서지 않아도 언제든 쉽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만방에 알리는 게 현명한 홍보라고 생각하는가?

삼성이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애플 조롱광고를 포함해) 온갖 방법을 써서 제품을 알리는 것도 많이 팔기 위해서일 것이다. 삼성이 앞으로 애플처럼 열광적 추종자를 거느리게 되면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자신하면 모를까, 그런 날이 오면 삼성은 뭐라고 변명 할 것인가?

한국 언론은 이제라도 칭찬해야 할 때 칭찬하고 비판해야 할 때 비판해야 한다. 그게 국민과 기업 모두를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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