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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8일 목요일

대표팀 수비의 문제점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

한국축구의 골 결정력과 수비조직력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강희 감독만 유독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이 전에 조광래 감독도 그랬고, 허정무 감독, 베어백,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아마 히딩크 때 빼고는 매번 나왔던 말일 것이다. 사실 히딩크 감독 당시에도 결과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월드컵 전까지 골 결정력과 수비조직력 부족 이야기는 매번 나왔었다. 아무튼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서론은 이정도로 하고, 지난 글에서는 공격과 미드필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고, 이 글에서는 축구점문가인 필자가 보기에 "현재" 한국 축구의 수비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지극히 현 시점 국가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다. '유소년부터 기본기를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철저히 배제한다. 그건 지금 당장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지금 대표팀도 마찬가지로 수비가 문제다. 문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1. 충분히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없는 건 둘째 치고, 감독이 선수를 너무 자주 바꿨음
2. 기성용으로 대표되는 수비형 미드필더 활용의 문제 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토론장에 쓰는 글 치고 매우 길기 때문에, 시간이 없거나 별로 관심 없으신 분들은 그냥 뒤로 가기 누르시거나 중간쯤에 빨간 색 표시 되어 있는 부분부터 읽으셔도 무방하다.)


먼저 감독 탓을 하자면, 수비는 조직력이 핵심인데 4백의 선수를 너무 자주 바꿔서 조직력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언급할 수 있다. 실험이라는 명목 하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한편으로 감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축구팬들이 큰 착각을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선수들 중에 소위 ‘월드클래스’ 급의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따고 올림픽팀에 소속되었던 선수들이 (물론 잘 했지만) 세계 3위 수준의 실력을 자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냉정하게 평가해야한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중앙수비도 마찬가지인데, 곽태휘, 이정수, 정인환, 홍정호, 김영권, 황석호, 장현수, 심우연, 김기희 등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의 실력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감독 입장에서 비슷한 실력의 선수들 중에서 누가 더 나은지 한 번쯤 본인이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최근 카타르 전을 앞두고 소집된 중앙수비수에 곽태휘, 정인환, 김기희와 장현수가 선발되었는데, 이 멤버에 홍정호와 김영권 정도를 추가하여 운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폼이 떨어진 이정수는 본인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국대 재승선은 어렵다고 보고, 곽태휘와 정인환을 중심으로 수비진의 조직력을 다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인환은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올 시즌 전북으로 옮겨서 계속 유지하고 있고, 곽태휘는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는데 우선은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곽태휘에 대한 이야기는 후반부에 추가적으로 언급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올림픽팀 멤버였던 김기희와 장현수, 김영권과 황석호, 그리고 올림픽팀에는 부상으로 낙마했지만 부상 이후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홍정호 정도가 경쟁할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홍정호와 김영권은 필자도 기대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김영권은 중국리그에서 주전으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고, 홍정호는 부상 복귀 이후 예전의 실력을 회복한다면 역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도 확실한 주전이 없는 중앙 수비자리에서 그동안 실험을 통해 선수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면 최강희 감독을 조금은 두둔할 수 있겠다. 다만 남은 최종예선 4경기에서는 실수는 용납이 안된다. 최강희 감독 역시 본인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봐서 우선은 곽태휘-정인환 조합의 중앙 수비로 나올 것이고, 현재로써는 이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좌우 측면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많이 바꿨다. 왼쪽에 박원재, 박주호, 윤석영, 최재수, 오른쪽에 오범석, 신광훈, 고요한, 최철순 등 많은 선수들이 경쟁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되어가는 중앙수비에 비해 측면 수비는 현재도 확실한 주전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왼쪽은 박원재와 윤석영이 주전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정리가 되어 가는데, 오른쪽은 위의 선수에 더불어 김창수, 오재석은 부상 등의 이유로 평가조차 받지 못했다. 측면수비의 문제, 특히 오른쪽은 당분간 계속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곽태휘로 다시 돌아오면, 많은 네티즌들이 곽태휘의 기용과 주장 선임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곽태휘의 선발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겨울 중동으로 이적한 이후 지금 현재의 곽태휘는 어떤지 몰라도, 지난 시즌 곽태휘의 활약은 (특히 ACL에서) 아시아 톱 수준이었다. 사족이지만, 지난 시즌 곽태휘와 이근호의 활약을 두고 비난하는 것은 축구를 안 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작년까지는 곽태휘-이정수 말고는 뽑을 선수도 없었다. 그나마 정인환이 좋은 활약을 보여줘 이정수 대신 발탁되었다. 팬들의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 수비수 홍정호는 부상 중이었고, 김영권은 대표팀에서 (물론 포지션 문제가 있었지만)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곽태휘의 기용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앞에 건너뛰신 분들은 여기서부터 읽으면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표팀의 수비불안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인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인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용을 언급할 수 있겠다.

곽태휘의 지난 시즌 소속팀 울산현대의 ACL 우승 과정을 보면 곽태휘-이재성 앞에 에스티벤이라는 부지런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었는데, 이것이 힌트다. 그리고 문제는 ‘기성용’으로 귀결된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기성용이다. 기성용의 공격, 수비, 조율, 킥 등 대표팀에서 기성용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기성용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부터 살펴보면 기성용 옆에는 언제나 기성용을 도와줄, 궂은일을 전담하는 부지런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었다.

2010 월드컵에서는 김정우, 2011 아시안컵에서는 이용래,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박종우가 있었다. 이 선수들이 수비적인 역할을 전담함으로써 기성용은 조금 더 공격적으로, 수비 부담을 덜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줄 ‘공격진의 에이스’도 분명했다. 월드컵에서는 박지성, 이청용, 아시안컵에서는 구자철, 이청용, 올림픽에서는 구자철, 김보경(지동원) 등이 있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 최근까지 국가대표팀에서는 기성용을 도와 공격 또는 수비를 할 선수가 없었다. 박지성의 은퇴, 이청용과 구자철의 부상, 김정우의 보직변경(뼈트라이커), 이용래의 탈락, 박종우의 징계 등 기성용의 조력자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최강희 감독의 전술에서는 기성용이 정말 ‘만능 Key’의 역할을 해야 했다. 4231이든 4141이든 기성용이 수비적으로 내려와 게임을 리딩하고 공격전개 까지 해야했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4:0으로 크게 졌지만, 이 경기를 통해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전반의 운영과 후반의 운영을 다르게 함으로써 두 가지 큰 결과를 얻었는데, 첫 번째는 기성용을 받쳐줄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어야 한다는 것과 두 번째는 반대로 중앙미드필더를 두 명만 두는 442 시스템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반전에는 4141전술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에 신형민을 두고 기성용과 구자철을 공격적으로 활용하였고, 후반전에는 신형민을 빼고 구자철-기성용 두 명의 미드필더진과 투톱을 활용하였는데, 전/후반 각각 2골씩 실점했지만, 과정은 달랐다. 전반에는 선발출장한 4백의 긴장으로 인한(이라고 믿고 싶은) 실수들, 특히 이정수의 폼 하락에 따른 수비불안으로 실점했던 것에 반해 미드필드진의 운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신형민이 실력이 좋은 상대 미드필드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전술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 반대로 후반전에는 이정수 대신 들어온 정인환이 제 역할을 하고 전반과 달리 수비진이 안정을 되찾은 반면, 신형민이 빠진 두 명의 미드필드, 구자철, 기성용이 상대의 미드필드진에게 쉽게 공간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고 실점을 허용했다. 쉽게 설명하면 전반은 수비가 엉망이라 미드필드진의 좋았던 면이 보이지 않았던 경기고, 후반은 미드필드가 엉망이라 수비의 좋았던 면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볼 때, 기성용을 도와줄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구자철과 기성용은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지만 둘만 세우는 것(442 전술)으로는 서로의 장점이 가려지고 어느 한 쪽이 희생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워야 한다고 본다. 최근 활약으로 보자면 박종우가 괜찮은데, 징계 때문에 레바논 전까지 뛸 수가 없다. 다른 자원으로는 이번에 뽑힌 황지수가 기대가 되며, 소속팀에서 다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폼을 끌어올리고 있는 김정우나 부상 복귀 후 홍정호의 기용도 고려해 볼만하다.

‘기성용이 소속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내지는 수비수까지 잘만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스완지와 국가대표팀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스완지에서 기성용은 주어진 ‘그 역할’만 하면 된다. 기성용 말고도 팀에 게임을 풀어갈 좋은 선수들이 많고, 전술 역시 기성용에 특화되어있지 않다. 기성용이 수비적으로 나올 때는 본인이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국가대표팀에서는 기성용이 에이스다. 기성용을 수비적인 역할로 두더라도 기성용이 나서지 않으면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기성용의 수비부담을 조금 덜어주고(기성용이 수비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기성용의 공격 능력을 더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용에게 궂은일까지 하라고 하기에는 대표팀에서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긴 글을 정리하자면 대표팀 수비 운영에 대해

1. 주전을 정하고 조직력을 다지자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와 더불어

2. 기성용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든 수비적으로 활용하든 기성용을 도와줄 수비형 미드필더는 무조건 한 명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대표팀 수비의 문제점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 [38] 쉽지않은상대 추천 22 | 반대 2 | 조회수 1768 | 2013.03.25 요즘마이피플트위터싸이월드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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