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듀어든의 "손흥민 활용론"

이제 오피셜이다.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다. 나이도 어린데다가 귀여운(?) 외모 또한 갖고 있다. 유럽에서도 스타이고 대한민국의 월드컵 여정을 훨씬 쉽게 만드는 골을 성공시켰다.

이제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시아 팀은 손흥민 같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이 아이의 기량을 100%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것이다. 스피드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돌파에 이은 폭발적인 마무리 슈팅은 아시아 축구에서 보기 힘든 요소이기에 그렇다. 반대로 수비수들은 이러한 공격수를 너무 싫어한다.

+

카타르전에서 손흥민이 결승골을 성공시킨 후 기성용과 환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롱패스가 날아온다는 사실을 예측하고 수비하는 것과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유망주의 돌파를 상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손흥민의 대표팀의 구원자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손흥민이 계속 출전할 필요는 있다. 왜? 아주 단순하다. 그가 매우 위협적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플레이로 기회가 만들어지며 스스로 득점까지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어린 선수에게 ‘나는 해낼 수 있어’라는 강한 자신감이 있다는 부분이다.

현재의 지동원은 손흥민만큼 위협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지동원의 문제는 한국에서 더 실력을 쌓았어야 할 시기에 유럽에 나갔다는 것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 최소 1~2년은 더 뛰어야 했다.

지동원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오퍼를 던지는데 거절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게다가 그렇게 어린 나이라면 화려한 것에 끌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잉글랜드에서 출전 시간을 거의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발전도 없었음을 의미했다. 전체적으로 결여된 자신감은 그동안의 부족했던 실전 경험의 증거였다. 열심히 하는 것과 확실한 위협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김신욱의 존재는 한국이 롱패스 축구를 하도록 유혹했다. 잉글랜드 역시 크라우치가 공격진에 있으면 마찬가지 모습을 보인다. 장신 원톱이 그렇게 배치되었을 때는 다른 선수들을 공격으로 끌어들이는 임무가 주어지지만, 김신욱은 이 역할을 수월하게 해낼 만큼 공을 지켜내지 못했다.

퍼스트 터치가 좋지 못했고 부족한 기동성은 카타르 수비진의 판단을 손쉽게 만들었다. 김신욱이 타고난 골잡이는 아니다. 매 시즌 15~20골을 넣을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동안 많이 발전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 준비는 안 됐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그 정도의 성숙함과 경험이 없다.

+

지나치게 김신욱을 활용한 제공권의 우위를 노렸던 최강희호(사진=연합뉴스)

유럽으로 가서 많은 것을 얻는 선수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김신욱은 영국이나 독일로 가면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유형으로 보인다.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상대하며 구사하는 축구 자체가 크게 발전할 것 같다.

사람들은 김신욱의 신장이라는 장점만 우선 내세운다. 빠른 선수들이 종종 스피드에만 의존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어쨌거나 김신욱의 전체적인 플레이를 보면 발전할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

손흥민은 이미 그 자리에 가 있다.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하지만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기성용을 제외하면 유럽파 중에서도 손흥민만큼의 활약을 한 선수는 없다.

최고 수준의 레벨에서 득점을 하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나간 팀을 상대로도 2골이나 잡아냈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서라면 손흥민은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을 것이다.

카타르 선수들도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할 때면 겁을 먹는 모습이 역력했고, 두 명을 마크맨으로 붙였다. 그리고 이 때문에 다른 쪽에 공간이 생겼다. 이것만으로도 손흥민을 기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상대는 손흥민에 대해 알고 있고 그를 두려워한다. 이는 다가오는 경기에서도 한국을 위한 득점 기회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레바논과 이란은 반드시 한국을 잡으려 들 것이기에 손흥민의 역습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팀의 연계 플레이에서 손흥민이 최적의 옵션이 아니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손흥민과 같은 특별한 공격 옵션이 낭비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에 관한 논란이 나오는 것조차 말이 안 되는지도 모른다. 손흥민은 무조건 주전으로 뛰어야 하는 자원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다 옳다고 말하는 선택이 올바른 길일 때도 있는 법이다.

측면에서 이청용이 좋은 컨디션으로 다시 야망을 가진 상황에서 손흥민까지 붙박이 공격으로 있으면 상대 수비는 어찌할지 몰라 당황할 것이 예상된다.

손흥민의 골 자체도 중요했지만 이 득점으로 인해 당연히 누렸어야 할 베스트 11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

손흥민이 밝은 표정으로 구자철의 등에 올라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좋은 감독은 자신이 틀렸을 때를 빠르게 파악한다. 손흥민에 있어 최강희 감독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알렉스 퍼거슨은 90년대 초반 유럽 무대에서 실패를 맛본 이후 빠르게 팀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어 나갔다. 경험 많은 지도자들조차도 항상 배워야만 생존할 수 있다.

최강희 감독이 너무 고집을 부리거나 자신의 결정에 자존심을 세울 때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올바른 길을 가야만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출처 - 존 듀어든의 "손흥민 활용론" [15]
PainKiller  추천 13 | 반대 1 | 조회수 180 | 2013.03.28
요즘마이피플트위터싸이월드more